
솔직히 저는 10월이 되면 코인이 무조건 오른다고 믿었습니다. 그래서 9월 말부터 매수 타이밍을 재며 기다렸고, 결국 조금 오르는 기색이 보이자 조급한 마음에 눌러버렸습니다. 그리고 어김없이 다시 내려갔습니다. 이번 10월 시황을 들으면서 제 패턴이 왜 반복되는지, 그리고 지금 시장을 어떤 눈으로 봐야 하는지 다시 정리하게 됐습니다. 코인 과세 허점부터 미국 장기 국채 정책 변화까지, 가격 차트 너머의 흐름을 데이터와 함께 짚어봤습니다.
업토버의 진짜 의미: 상승장 초입인가, 과열인가
제가 실수한 부분이 있었는데, 바로 "10월 = 상승"이라는 공식을 너무 단순하게 믿었다는 점입니다. 실제로 10월은 코인 시장에서 변동성 지수(VIX 유사 지표)가 1년 12개월 중 가장 높은 달입니다. 여기서 변동성 지수란 시장 참여자들의 불확실성과 심리적 공포·탐욕 정도를 수치로 나타낸 지표로, 이 수치가 높을수록 가격이 위아래로 크게 흔들린다는 뜻입니다. 즉, 오른다고 해도 한 방향으로 쭉 오르는 게 아니라 롤러코스터처럼 흔들리며 올라가는 구조입니다.
현재 시장 데이터를 들여다보면 분위기가 묘합니다. 공포·탐욕 지수(Fear & Greed Index)는 69로 '탐욕' 구간에 위치해 있습니다. 이 지수는 0에 가까울수록 극단적 공포, 100에 가까울수록 극단적 탐욕을 의미합니다. 숫자만 보면 나쁘지 않습니다. 그런데 현물 ETF 유입 데이터는 정반대 이야기를 합니다. 10월 초 이후 비트코인 현물 ETF에서 이틀 동안 약 7억 달러가 순유출됐고, 이는 6월 이후 하루 기준 최대 유출 규모입니다(출처: CoinDesk). 4일 치 유입분이 이틀 만에 지워진 셈입니다.
코인베이스 프리미엄 지수도 음수를 유지하고 있습니다. 코인베이스 프리미엄이란 미국 최대 거래소 코인베이스의 비트코인 가격이 글로벌 평균 대비 얼마나 높은지를 보여주는 지표인데, 이 수치가 음수라는 건 미국 기관 투자자들의 매수세가 약하다는 신호로 해석됩니다. 단기 현물 수급만 놓고 보면 업토버보다 업토버(토버 = 고꾸라진다는 의미)에 가깝습니다.
그렇다고 완전히 비관적으로 볼 근거도 부족합니다. 온체인 데이터 분석 업체 센티먼트 인텔리전스에 따르면 최근 3주 동안 비트코인 10개에서 1,000개 규모를 보유한 고래 지갑이 약 86,000개의 비트코인을 매집했습니다. 거래소 순유출은 24,000개로, 고래들이 사서 콜드월렛에 옮기고 있다는 뜻입니다. 개인 투자자들이 지루함을 못 이기고 떠날 때 기관은 조용히 쌓고 있는 그림입니다. 제 경험상 이런 국면에서 조급하게 행동하면 항상 후회했습니다.
알트코인 미결제약정(OI, Open Interest)이 사상 최고치를 경신했다는 점도 짚고 넘어갈 필요가 있습니다. OI란 청산되지 않은 선물 포지션의 총량으로, 시장에 얼마나 많은 자금이 베팅돼 있는지를 보여주는 지표입니다. SOL, XRP, ETH 등의 OI가 올라온 건 사실이지만, 제가 보기엔 이게 알트 상승장 초입이라기보다 과열 신호에 더 가깝습니다. 비트코인이 두 자릿수 상승을 며칠 연속으로 보여주기 전까지, 알트코인의 OI 급등은 대규모 청산 위험을 내포한 불안정한 구조입니다.
- 공포·탐욕 지수 69 — 탐욕 구간이나 현물 ETF 수급은 이탈 중
- 고래 3주 매집량 86,000 BTC vs. 거래소 이탈 24,000 BTC — 기관은 사고 있다
- 알트코인 OI 최고치 — 과열 신호, 비트코인 선행 상승이 전제돼야 의미 있음
- 10월은 변동성이 가장 높은 달 — 상승 방향성보다 등락 폭을 먼저 각오해야 함
코인 과세와 국채 정책: 가격 밖에서 시장을 움직이는 변수들
코인 과세 이야기만 나오면 저도 답답함이 먼저 올라옵니다. 수익이 나는 자산에 세금을 내야 한다는 원칙 자체에는 동의합니다. 문제는 순서와 준비입니다. 2027년 1월부터 시행 예정인 한국 코인 과세는 소득세법상 '양도'와 '대여' 소득을 기타소득으로 분리과세하는 구조입니다. 여기서 핵심은 이 법안에 코인 선물(Futures) 거래에 대한 과세 근거가 아예 없다는 점입니다.
현재 글로벌 코인 거래량의 70~80%는 현물이 아닌 선물 시장에서 발생합니다. 선물 거래란 코인 자체를 사고파는 게 아니라 코인 가격이 오를지 내릴지에 베팅하는 계약 상품입니다. 한국 소득세법은 법에 명시된 소득만 과세하는 열거주의 방식이기 때문에, 선물 수익은 현행 법안으로는 과세 근거 자체가 없습니다. 국내 거래소(업비트, 빗썸 등)에서 선물 거래가 아예 불가능한 것도 이 때문입니다. 선물을 금융 상품으로 인정하는 순간 국내 거래소에 파생 상품 라이선스를 줘야 하고, 그 규제 체계를 만드는 데만 1년 이상이 걸립니다(출처: 금융위원회).
제 경우엔 이 구조를 알고 나서 '그럼 정부가 걷으려는 현물 거래량이 얼마나 되는가'를 먼저 따져봤습니다. 전체 거래량의 20~30% 수준인 현물, 그것도 이미 많은 투자자들이 해외 거래소로 이탈해 있는 상황에서 현물만 과세하면 세수 효과는 미미하고 자본 이탈만 가속됩니다. 준비가 안 된 상태에서 과세부터 들이미는 건, 허가도 안 난 건물에 재산세 고지서를 먼저 보내는 것과 다르지 않습니다.
미국 장기 국채 정책 변화도 짚어야 합니다. 시티그룹은 2025년 10월 보고서에서 미국 재무부가 11월 4일 분기 국채 발행 계획 발표 때 20년물 국채 발행을 축소하거나 폐지할 가능성이 있다고 분석했습니다. 20년물 국채는 원래 2020년 팬데믹 이전까지 1986년부터 약 35년간 발행 자체가 없었던 종목입니다. 수요가 없어 금리가 30년물보다 오히려 높아지는 역전 현상이 반복됐기 때문입니다. 재무부가 이를 다시 폐지하는 건 충분히 현실적인 시나리오입니다.
장기 국채 발행량을 줄이면 채권 공급이 감소하고, 채권 가격이 오르며, 국채 금리가 내려갑니다. 2023년 11월 재닛 옐런 전 재무장관이 같은 방식을 썼을 때 비트코인은 약 20%, 나스닥은 약 10% 상승했습니다. 다만 그때는 금리 인하 사이클 진입 기대와 물가 둔화 신호가 동시에 작용했기 때문에 지금과 매크로 환경이 다릅니다. 현재 장기 금리가 높은 근본 원인은 AI 기업들의 막대한 자본 지출에 따른 채권 공급 증가이므로, 발행량 축소만으로 2023년 같은 폭발적 금리 하락을 기대하기는 어렵습니다. 그래도 자산 시장에 긍정적 신호로 작용할 가능성은 열려 있습니다.
자주 묻는 질문
Q. 10월 업토버, 코인 정말 오르나요?
A. 10월이 역사적으로 상승 확률이 높은 건 사실이지만 무조건 오르는 달은 아닙니다. 현재 현물 ETF 수급이 빠지고 있고 코인베이스 프리미엄도 음수 상태라 단기 현물 매수세는 약합니다. 11월 중간 선거 이후 자산 환경 변화를 기점으로 회복 초입에 들어가는 구간으로 보는 시각이 더 적합합니다.
Q. 한국 코인 과세, 2027년에 진짜 시행되나요?
A. 현재 정부는 2027년 1월 시행을 유력하게 추진 중이지만, 과거에도 12월 막판에 유예된 전례가 있어 단정하기 어렵습니다. 더 중요한 문제는 현행 법안에 선물 거래 과세 근거가 없고 손실 공제 기준도 불명확해 준비 자체가 미흡하다는 점입니다. 세금 관련 판단은 반드시 세무 전문가와 상의하시기 바랍니다.
Q. 미국 20년물 국채 폐지가 비트코인 가격에 영향을 주나요?
A. 장기 국채 발행량이 줄면 채권 금리가 소폭 하락하고 위험 자산 선호 심리가 높아질 수 있어 자산 시장에 긍정적 신호로 작용할 수 있습니다. 다만 2023년 11월 사례처럼 극적인 상승을 기대하기는 어렵습니다. 11월 4일 재무부 발표와 10월 16일 딜러 설문 결과를 먼저 확인하는 것이 순서입니다.
Q. 알트코인 OI 최고치면 지금 알트 상승장 시작 아닌가요?
A. OI, 즉 미결제약정이 높다는 건 많은 자금이 알트코인에 베팅됐다는 뜻이지 상승을 확정하지는 않습니다. 비트코인이 선행해서 두 자릿수 상승을 보여주지 않은 상태에서 알트 OI만 높아지면 대규모 청산 위험이 커집니다. 지금 상태는 상승 초입보다 과열 신호에 가깝다고 봅니다.
결론
제가 이번 흐름을 공부하면서 가장 크게 느낀 건 가격만 보다가 수급과 정책 변수를 놓친다는 것입니다. 현물 ETF 유출, 코인베이스 프리미엄 음수, 장기 국채 금리 부담이라는 세 가지 악재가 겹쳐 있는 지금, 10월은 업토버보다 '변동성의 달'로 접근하는 게 맞습니다. 조급하게 매수 버튼을 누르는 대신 11월 초 재무부 발표와 CPI 결과를 확인하면서 포지션을 잡는 편이 훨씬 낫습니다.
코인 과세 이슈는 어떻게 될지 지금 단정하기 어렵지만, 선물 과세 근거 부재라는 구조적 허점이 해소되지 않는 한 실효성 있는 과세는 어렵다는 점은 분명합니다. 오를 거라는 희망 대신, 지금 어떤 근거로 매수할 것인지를 먼저 따지는 습관이 결국 계좌를 지킵니다. 저는 오늘도 차트보다 데이터를 먼저 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