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물건값이 오르면 장사하는 입장에서 제일 먼저 드는 생각은 "공급이 늘면 가격이 내려가야 하는 거 아닌가?"입니다. 그런데 막상 현장에서는 그렇게 단순하지 않더군요. 원유 공급이 전쟁 전 대비 80% 가까이 회복됐다는 소식을 접했을 때 저도 처음엔 "그럼 기름값 떨어지겠네" 했습니다. 하지만 그 구조를 뜯어보고 나서, 장사하면서 배운 것과 똑같은 논리가 경제 전반에 흐르고 있다는 걸 다시 확인했습니다.
원유 공급이 돌아왔는데 왜 유가는 안 내려가나
호르무즈 해협을 통한 원유 공급량이 최저점 대비 80% 수준까지 회복됐다는 건 분명 긍정적인 신호입니다. 걸프 국가들이 대형 유조선으로 우회하거나, 환적선(셔틀 탱커)을 이용해 해협 안팎에서 잘게 나르는 방식으로 물량을 끌어올린 결과입니다. 여기서 환적선이란 대형 선박이 접근하기 어려운 구간에서 소형 탱커가 화물을 중간에 옮겨 싣는 방식을 말합니다.
문제는 이 우회 방식 자체가 비용을 키운다는 점입니다. 송유관 사용료, 셔틀 탱커 운항비, 전쟁 지역 통과에 따른 보험료까지 겹치면서 운송 단가가 올라갑니다. 장사로 치면 매출은 회복됐는데 물류비가 두 배가 된 셈입니다. 남는 게 없으면 가격을 올릴 수밖에 없다는 논리는 기름이든 채소든 다르지 않더군요.
그리고 무엇보다 큰 변수는 지정학적 위험 프리미엄입니다. 위험 프리미엄이란 분쟁 지역의 불확실성이 가격에 추가로 얹히는 부분을 가리킵니다. 미국과 이란 사이의 협상이 타결되지 않는 한 이 프리미엄은 빠지기 어렵고, 트럼프 대통령이나 이란 측에서 발언 하나가 나올 때마다 유가가 5~10%씩 출렁이는 것도 이 때문입니다. G7이 4개월간 디젤·원유 1억 배럴을 방출하기로 합의했다는 소식(출처: IEA 국제에너지기구)도 있었지만, 저는 이걸 근본 해결책이라고 보기는 어렵다고 생각합니다. 비축유 방출은 단기 처방이지, 지정학 리스크 자체를 없애주지는 못하니까요.
이란도 지금 조급한 상황이라는 시각이 있습니다. 수출 길이 막히고, 호르무즈를 쥐고 있어도 걸프 국가들이 우회로를 쓰면서 카드 효력이 줄어들고 있다는 겁니다. 저도 그 분석이 설득력 있다고 봅니다만, 협상이 언제 성사될지는 여전히 모릅니다. 다만 이란과 미국 모두 장기전을 버티기 부담스러운 상황이라는 건 분명해 보입니다.
- 환적선 우회로 공급량은 회복했지만 운송비 증가로 유가 하방이 막혀 있음
- 지정학적 위험 프리미엄이 심리적으로 가격을 지지하고 있음
- 비축유 방출은 일시적 처방, 근본 해결책은 미국-이란 협상 여부
금리 숫자보다 오르는 속도와 구조를 봐야 한다
미국 10년물 국채 금리가 5%를 넘었다는 소식에 "폭락한다"는 말이 쏟아질 때, 저는 솔직히 예상 밖이었습니다. 수치만 보고 무서워할 게 아니라 어떤 속도로, 어떤 이유로 올랐는지를 봐야 한다는 게 제 판단입니다. 미국 10년물이 한 달 새 50bp 오르는 동안 프랑스 10년물 국채 금리는 같은 기간 약 100bp 가까이 급등했습니다. 속도만 따지면 프랑스가 두 배입니다.
여기서 bp(베이시스 포인트)란 금리 변화를 나타내는 단위로, 1bp는 0.01%포인트를 의미합니다. 100bp가 오르면 금리가 1%포인트 뛴 것입니다. 숫자가 작아 보여도 채권 시장에서는 매우 큰 변동입니다.
문제는 프랑스의 경제 성장률이 0.4%에 불과하다는 점입니다. 미국은 2% 이상의 성장률을 유지하고 있습니다(출처: IMF 국제통화기금). 성장이 뒷받침되면 부채가 많아도 버틸 수 있지만, 프랑스처럼 성장이 멈춘 상태에서 금리가 뛰면 이자 부담이 기하급수적으로 커집니다. 프랑스는 연간 이자 비용만 912억 유로에 달한다고 합니다.
장사를 오래 해온 제 경험상 이건 매출은 제자리인데 대출 이자가 올라간 상황과 똑같습니다. 버티는 데 한계가 생깁니다. 반면 미국은 AI 산업이라는 새 매출원이 경제 성장을 이끌고 있습니다. 빅테크들이 한 해 AI에 투자하는 금액만 7,000억~8,000억 달러 규모에 달한다고 하니, 규모 차이가 너무 큽니다. 프랑스의 AI 투자 발표가 1,090억 유로라는 점을 감안하면 이 격차는 구조적으로 좁히기 어렵습니다.
프랑스 국채의 55%를 해외 기관이 보유하고 있다는 점도 불안 요소입니다. 일본의 경우 해외 보유 비중이 13%에 그치는 것과 대비됩니다. 만약 해외 기관들이 프랑스 국채를 던지고 나간다면, 그 자본은 어디로 갈까요. 성장률이 높고 금리도 더 주는 미국 채권 시장으로 흘러갈 가능성이 큽니다. 그게 미국 장기 국채 금리를 오히려 안정시키는 역설적인 효과를 낳을 수 있다는 시각도 있고, 저도 그 논리는 납득이 됩니다.
SEC 규정 변화와 레버리지 ETF, 개인 투자자에게 기회인가
SEC(미국 증권거래위원회)가 두 가지 큰 변화를 발표했습니다. 하나는 비트코인·이더리움 3배 레버리지 ETF 상장 승인이고, 다른 하나는 투자 자문사와 펀드가 암호화폐를 직접 보관할 수 있도록 하는 커스터디(수탁) 규정 정비입니다.
레버리지 ETF란 기초자산의 하루 수익률에 배수를 곱해 추종하는 상품입니다. 3배 레버리지라면 비트코인이 하루 10% 오를 때 30%의 수익을 목표로 하지만, 반대로 10% 내리면 손실도 그만큼 증폭됩니다. 단기 트레이더에게는 기회가 될 수 있지만, 보유 기간이 길어질수록 수익 구조가 복잡해집니다.
저는 이 레버리지 상품을 마냥 좋다고 보기는 어렵습니다. 17년도와 21년도 패턴을 보면 비트코인 관련 금융 상품이 출시되기 전에 가격이 폭등하고 출시 직후 고점을 찍은 사례가 있었습니다. 다만 24년 현물 ETF 승인 때는 이후 고점이 여러 달에 걸쳐 나타나 무조건 같은 패턴이 반복된다고 단정하기도 어렵습니다. "이번엔 다를 것"이라는 의견도 있고, "결국 소문에 사고 뉴스에 파는 구도가 반복된다"는 시각도 있습니다. 제 경험상 새 상품이 나왔다고 무조건 진입하기보다는 기회가 왔을 때 어느 시점에 현금화할지를 미리 생각해 두는 게 맞다고 봅니다.
커스터디 규정 정비는 좀 더 근본적인 변화입니다. 지금까지 월가 기관들이 비트코인을 살 수 없었던 이유는 법이 없어서가 아니라, 매수 후 그 자산을 안전하게 보관할 제도적 틀이 없었기 때문입니다. 1940년에 만들어진 법이 암호화폐를 상정하지 않았고, FTX 사태 이후 바이든 정부가 규제를 더 강화했습니다. 이번 SEC 규정 개정안은 주정부 신탁 회사의 공식 인정, ETF가 없는 알트코인도 조건부 보관 허용 등을 포함하고 있습니다. 연방 관보 게재 후 60일 의견 수렴을 거쳐 빠르면 2027년 상반기부터 적용 가능성이 있습니다.
이게 확정된 것처럼 기대하게 만드는 표현들은 조심해야 한다고 생각합니다. 아직 제안 단계이고, 제도가 열린다고 가격이 바로 오르는 것도 아닙니다. 다만 월가 기관들이 현물을 직접 살 수 있는 환경이 갖춰진다면 유동성 유입 가능성은 분명히 커집니다. 그 흐름을 너무 일찍 단정하지 않으면서도 놓치지 않으려면 제도 변화의 속도를 꾸준히 지켜보는 수밖에 없다고 생각합니다.
자주 묻는 질문
Q. 원유 공급이 80% 회복됐는데 왜 기름값은 안 내려가나요?
A. 공급량 회복과 가격 하락이 반드시 연동되지는 않습니다. 우회 운송에 드는 비용(송유관 사용료, 셔틀 탱커 운항비, 보험료)이 원가를 올리고, 미국-이란 분쟁이 끝나지 않아 지정학적 위험 프리미엄이 가격에 얹혀 있기 때문입니다. 정제 시설 가동 차질로 디젤 가격도 아직 정상화되지 않은 점도 영향을 줍니다.
Q. 미국 10년물 국채 금리가 5%넘으면 주식·코인 폭락하는 거 아닌가요?
A. 숫자 자체보다 오르는 속도와 원인을 보는 시각도 있습니다. 미국은 AI 산업 성장이 경제 성장률을 받쳐주고 있어 상대적으로 버틸 여력이 있다는 분석입니다. 반면 프랑스처럼 성장률이 0.4%에 불과한 상황에서 금리가 급등하면 훨씬 위험합니다. 금리 수치만이 아니라 그 나라의 성장 배경을 함께 보는 게 맞다고 생각합니다.
Q. 비트코인·이더리움 3배 레버리지 ETF 나오면 무조건 오르는 건가요?
A. 과거 17년도 CME 선물 출시, 21년도 선물 ETF 승인 때 비슷한 패턴이 반복됐지만, 24년 현물 ETF 때는 달랐습니다. 무조건 같은 패턴이 반복된다고 보기는 어렵습니다. 다만 레버리지 상품 특성상 오를 때 빠르게 오르고 내릴 때도 빠르게 내리는 만큼, 기회가 왔을 때 언제 현금화할지 미리 생각해두는 게 중요합니다.
Q. SEC 커스터디 규정 정비가 알트코인 가격에도 영향을 주나요?
A. 직접적인 가격 연동보다는 구조적 환경 변화로 보는 시각이 설득력 있습니다. 기관들이 ETF가 없는 알트코인도 조건부로 보관할 수 있게 되면 유동성 유입 가능성이 넓어집니다. 다만 아직 제안 단계이고 처음에는 메이저 자산 위주로 보수적으로 적용될 가능성이 높습니다. 제도 진행 속도를 꾸준히 확인하는 게 맞습니다.
결론
마흔넷이 되도록 장사를 해오면서 배운 게 하나 있다면, 결과 숫자만 보면 반드시 놓치는 게 생긴다는 겁니다. 유가, 국채 금리, 암호화폐 제도 변화 모두 표면 숫자보다 그 숫자가 만들어진 구조와 속도를 보는 시각이 필요합니다. 공급이 회복돼도 운송 비용이 오르면 가격은 안 내려가고, 금리가 5%여도 성장률이 뒷받침되면 버텨냅니다.
제도 변화는 분명 긍정적인 방향이지만, 확정 전 단계를 확정된 것처럼 받아들이면 판단이 흐려집니다. 저는 앞으로 매크로 환경(원유·금리·지정학)이 어떻게 움직이는지를 먼저 확인하고, 그 위에서 개별 자산 판단을 하는 순서를 지키려 합니다. 지금 당장 잘될 거라는 믿음보다, 잘못될 때를 대비한 준비가 생활 기반을 지키는 데 더 중요하다는 걸 장사를 통해 제 경험상 너무 잘 알고 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