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장사를 20년 가까이 하다 보면 세상이 바뀌는 속도가 체감됩니다. 카드 단말기 들여놓을 때도 반신반의했는데, 이제는 국가 단위에서 디지털 화폐를 월급으로 지급하는 시대가 됐습니다. 러시아가 디지털 루블로 임금을 지급하기 시작했고, 미국은 암호화폐 패권을 놓치지 않으려 분주하게 움직이고 있습니다. 금리 동결 가능성은 다시 높아졌고, 밈코인마저 기관 ETF 신청 대상에 오르는 상황입니다. 저도 처음엔 그냥 스쳐 지나쳤는데, 가만 들여다볼수록 장사판과 닮은 구석이 꽤 있더군요.
러시아와 미국, 디지털 금융 패권 경쟁
러시아 재무부와 중앙은행이 손을 잡고 디지털 루블, 즉 CBDC(Central Bank Digital Currency)로 임금을 지급하기 시작했다는 소식이 들립니다. 여기서 CBDC란 중앙은행이 직접 발행하는 디지털 화폐로, 민간 암호화폐와 달리 국가가 가치를 보증하는 법정 통화입니다. 쉽게 말해 지폐를 디지털로 대체한 것이라고 보시면 됩니다.
러시아는 권위주의적 국가 자본주의 체제 특성상 이런 정책을 빠르게 밀어붙이는 힘이 있습니다. 국내 펀드에서 비트코인과 이더리움 연계 상품을 허용하고, 암호화폐 사용 합법화까지 진행하는 걸 보면 단순한 실험 단계를 넘어섰다는 느낌이 듭니다. 저도 처음엔 러시아가 설마 이 속도로 움직이겠냐 싶었는데, 실제 내용을 보고는 생각보다 훨씬 빠르다는 걸 인정할 수밖에 없었습니다.
미국 쪽도 가만히 있지 않습니다. SEC와 CFTC 같은 규제 기관뿐 아니라 뉴욕 증권 거래소, 나스닥, 블랙록 같은 자산 운용사, USDC를 발행하는 서클, 그리고 로빈후드까지 암호화폐 생태계에 깊숙이 들어와 있습니다. 여기서 USDC란 달러 가치에 연동되는 스테이블코인으로, 1USDC는 항상 1달러에 가깝게 유지되도록 설계된 디지털 자산입니다. 홍콩, 아랍 에미리트, 싱가포르가 암호화폐 허브로 부상하는 걸 미국이 그냥 지켜보기만 할 리 없겠죠. 클레리티 법안이 부결되긴 했지만, 톰 틸리스 상원 의원이 재심의 동의안을 제출한 만큼 논의가 재개될 가능성은 열려 있다고 봅니다.
- 러시아: 디지털 루블(CBDC) 임금 지급 시작, 비트코인·이더리움 연계 펀드 허용
- 미국: SEC·CFTC·나스닥·블랙록·서클·로빈후드 등 기관 총동원
- 클레리티 법안 재심의 동의안 제출, 재논의 가능성 존재
- 홍콩·아랍 에미리트·싱가포르도 암호화폐 허브 경쟁 가세
금리 동결 가능성, 유가와 고용이 만들어낸 흐름
2주 전만 해도 연준 매파 발언이 이어지며 점도표상 추가 금리 인상 가능성이 거론됐습니다. 그런데 최근 미국의 고용 지표가 급격히 둔화됐고, 실업률도 예상보다 높게 상승하면서 분위기가 빠르게 바뀌었습니다. CME 페드워치(CME FedWatch)를 기준으로 보면 금리 동결 확률이 80%를 넘어선 상태입니다. 여기서 CME 페드워치란 미국 시카고 상업거래소에서 운영하는 도구로, 시장 참여자들이 향후 금리 결정을 어떻게 전망하는지 확률로 보여주는 지표입니다(출처: CME Group FedWatch Tool).
여기에 유가까지 흐름이 맞물립니다. 페르시아만 원유 수출량과 호르무즈 해협을 통한 수출량이 이란 전쟁 발발 이후 처음으로 반등하는 모습이 블룸버그 지표에서 확인됩니다. WTI 선물 가격이 90달러 아래로 내려온 것도 같은 맥락입니다. 제가 직접 수치를 들여다봤을 때, 유가 하락과 고용 둔화가 동시에 나타난 건 연준 입장에서도 금리를 더 올리기 어렵다는 신호로 읽힙니다.
장사를 오래 하다 보면 매출 하나만 보고 판단했다가 낭패를 보는 경우가 생깁니다. 국가부채 상황, 고용 지표, 유가가 서로 맞물려 돌아간다는 사실을 이번에 다시 한번 실감했습니다. 금리 동결 가능성이 높아 보인다는 의견도 있지만, 두 달 사이에 지표가 이렇게 뒤집힌 걸 보면 저는 어떤 전망도 확신보다 가능성으로 받아들이는 편이 맞다고 생각합니다.
밈코인 ETF 신청, 흥미롭지만 조심할 이유가 있습니다
XRP 현물 ETF를 가장 먼저 출시했던 카나리 캐피탈이 이번에는 페페(PEPE) 밈코인 현물 ETF 상장을 신청했습니다. 도지코인의 경우 그레이스케일이 미국 첫 현물 ETF를 상장했고, 나스닥에서는 21셰어즈의 도지코인 현물 ETF도 올해 초 승인된 바 있습니다. 홍콩의 암호화폐 지수 평가사 HKVAC와 ICE(인터컨티넨탈 익스체인지)가 설립한 백트(Bakkt)의 거래 지원 목록에도 페페가 포함돼 있습니다. 여기서 백트란 뉴욕 증권 거래소를 소유한 ICE가 설립한 암호화폐 거래 플랫폼으로, 보스턴 컨설팅 그룹, 마이크로소프트, 스타벅스 등과 파트너십을 맺고 있는 서비스형 소프트웨어(SaaS) 기업입니다(출처: Bakkt 공식 사이트).
솔직히 이건 예상 밖이었습니다. 페페 같은 밈코인이 이렇게 빠르게 기관의 시야에 들어올 거라고는 생각하지 못했습니다. 기관 인덱스나 ETF 신청 대상에 이름이 오른 것 자체를 단순한 투기 자산이 아니라는 증거로 보는 시각도 있는데, 저는 이 부분에서 한 발 물러서게 됩니다. 신청과 승인은 엄연히 다르고, 제도권에 이름이 오른다고 해서 가격이 뒷받침되거나 안전성이 보장되는 건 아닙니다.
장사에서도 거래처가 유명하다고 해서 리스크가 사라지는 건 아니잖아요. 밈코인은 포트폴리오의 5~10% 이내로 보수적으로 접근하되, 비트코인·이더리움·XRP·솔라나처럼 펀더멘털이 검증된 코인에 먼저 집중하는 게 제 판단입니다.
알트코인 시총 바닥론, 가능성과 확신은 다릅니다
요즘 암호화폐 시장이 재미없다는 말이 여기저기서 들립니다. 더 빠질 거라는 이야기도 나오는 반면, 알트코인 시총이 바닥을 다지고 있다는 분석도 있습니다. 여기서 알트코인 시총 비율이란 시가총액 상위 10개 코인을 제외한 나머지 알트코인 전체의 시가총액을 비트코인과 비교한 수치로, 이 비율이 역사적 저점에 가까울수록 반등 가능성이 높다고 보는 시각이 있습니다.
XRP 같은 경우 하락 추세선을 위로 돌파하는 모습이 나오고 있고, 이걸 긍정적 신호로 읽는 분들도 적지 않습니다. 저도 이 흐름을 완전히 부정하지는 않습니다. 다만 제 경험상 이건 좀 다릅니다. 시가총액 흐름 하나만으로 바닥을 단언하기는 어렵고, 거시경제 지표나 규제 환경 변화 같은 외부 변수가 언제든 판을 바꿀 수 있습니다. 블룸버그 등 주요 금융 미디어에서도 암호화폐 시장의 거시 변수 민감도가 높아졌다고 꾸준히 지적하고 있습니다(출처: Bloomberg Crypto).
가격보다 가치에 집중하라는 말은 저도 공감합니다. 하지만 그게 지금 당장 매수해도 된다는 뜻은 아닐 겁니다. 마흔넷이 되기까지 장사를 하면서 배운 건, 잘될 거라는 믿음과 무리한 기대를 혼동하지 말자는 겁니다. 시간을 내 편으로 만드는 건 맞는 말이지만, 그 전제는 생활을 지킬 수 있는 범위 안에서 움직이는 것입니다.
자주 묻는 질문
Q. CBDC가 도입되면 기존 암호화폐 가격에 영향을 미치나요?
A. CBDC 도입이 암호화폐 시장을 직접 끌어올린다고 보는 시각도 있지만, 저는 두 자산이 서로 다른 성격을 가진다고 봅니다. CBDC는 국가가 통제하는 디지털 법정 통화이고, 비트코인 같은 암호화폐는 탈중앙화 자산입니다. 디지털 금융에 대한 대중 인식이 높아진다는 점에서 간접적 긍정 효과는 있을 수 있지만, 직접적인 가격 상승으로 연결된다고 단언하기는 어렵습니다.
Q. 밈코인 ETF가 승인되면 페페 같은 코인을 사도 괜찮은 건가요?
A. ETF 신청과 승인은 엄연히 다른 단계입니다. 기관이 신청서를 냈다는 이유만으로 안전한 자산이 된다고 보기는 어렵고, 저 역시 밈코인은 전체 포트폴리오의 5~10% 이내로 보수적으로 접근하는 게 맞다고 생각합니다. 기대가 아닌 근거를 먼저 확인하고 들어가는 순서가 중요합니다.
Q. 금리 동결이 확정되면 암호화폐 시장에 좋은 신호인가요?
A. 금리 동결이 위험 자산에 긍정적으로 작용하는 경향이 있다는 건 맞습니다. 하지만 2주 만에 CME 페드워치 수치가 뒤집힌 걸 보면 어떤 전망도 확신으로 받아들이기엔 이릅니다. 동결이 유지된다 해도 거시경제 전체 흐름, 특히 유가와 고용 지표를 함께 살펴야 의미 있는 판단을 할 수 있습니다.
Q. 도지코인이나 시바이누 같은 코인도 ETF가 있다는 게 사실인가요?
A. 네, 맞습니다. 그레이스케일이 미국 첫 도지코인 현물 ETF를 작년 연말에 상장했고, 나스닥에서는 21셰어즈의 도지코인 현물 ETF가 올해 초 승인됐습니다. 다만 총 운용 자산(AUM)이 1,500만 달러 수준으로 비트코인이나 이더리움 ETF에 비하면 규모가 매우 작습니다. 현물 ETF 존재 자체가 의미는 있지만, 규모와 유동성은 별개로 따져봐야 합니다.
결론
러시아의 CBDC 도입, 미국의 크립토 패권 경쟁, 금리 동결 가능성, 밈코인 ETF 신청까지 — 이 네 가지를 같이 놓고 보면 디지털 금융이 방향을 잡아가고 있다는 건 분명합니다. 제 경험상 이건 좀 다릅니다, 라고 말하고 싶은 부분은 바로 여기입니다. 흐름을 읽는 것과 그 흐름에 올라타야 한다는 강박은 다른 얘기입니다.
20년 가까이 장사를 해오면서 배운 건, 낙관적인 말에 공감하면서도 제 생활 기반을 먼저 지키는 판단이 더 오래간다는 겁니다. 가격보다 가치, 기대보다 근거를 먼저 보는 습관. 암호화폐 시장이든 장사판이든, 저는 그 원칙을 앞으로도 유지하고 싶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