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저도 한때 "단가가 워낙 싸니까 조금만 사두면 달라지지 않을까" 하는 마음으로 시바이누(SHIB)를 찾아본 적이 있습니다. 그런데 막상 들여다볼수록 가격보다 먼저 봐야 할 것들이 계속 나왔습니다. 590조 개라는 공급량, 해킹 사고, 사라진 창시자, 그리고 미국 규제 당국의 공식 분류까지. 이 글은 시바이누를 둘러싼 구조적 사실들을 제가 직접 확인하고 정리한 기록입니다.
시바이누의 물량구조, 처음부터 설계된 것이었다
솔직히 이건 예상 밖이었습니다. 시바이누는 2020년 8월 익명의 개발자 '료시(Ryoshi)'가 만든 밈코인(meme coin)입니다. 여기서 밈코인이란 실용적 기술보다 인터넷 문화나 유머에서 출발한 암호화폐를 말합니다. 총 발행량은 1,000조 개로, 희소성을 내세운 비트코인의 2,100만 개와는 정반대의 설계입니다.
그런데 료시가 물량을 나눈 방식이 독특했습니다. 절반인 500조 개는 유니스왑(Uniswap) 유동성 풀에 넣어 잠갔습니다. 유니스왑이란 중앙 운영자 없이 스마트 컨트랙트로 토큰을 교환하는 탈중앙화 거래소(DEX)를 의미합니다. 누구나 사고팔 수 있도록 시장에 깔아둔 셈이죠.
나머지 500조 개는 이더리움 공동 창업자 비탈릭 부테린(Vitalik Buterin)의 지갑으로 일방적으로 전송됐습니다. 달라고 한 것도 아닌데 그냥 보내버린 겁니다. 당시 료시의 논리는 단순했습니다. 비탈릭이 팔지 않는 한 공급의 절반은 묶여 있다는 것이었죠. 상대의 명성을 공급 잠금 장치로 활용한 전략이었는데, 제가 처음 이 구조를 파악했을 때는 황당하면서도 묘하게 영리하다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그런데 2021년 5월, 비탈릭은 예상 밖의 세 번째 선택을 했습니다. 보유량 중 50조 개(당시 약 12억 달러)를 인도 코로나 구호기금에 기부했고, 일주일 뒤 나머지 410조 개를 소각 주소(burn address)로 전송해 영구히 접근 불가 상태로 만들었습니다. 소각 주소란 누구도 개인 키를 알 수 없어 사실상 토큰을 영원히 없애버리는 지갑 주소를 뜻합니다. 이 선택 하나로 전체 공급량의 40% 이상이 사라졌고, 현재 총 공급량은 590조 개 수준입니다.
- 총 발행량 1,000조 개 → 현재 유통 공급량 약 590조 개
- 최대 단일 보유 주소는 고래가 아닌 비탈릭의 소각 주소
- 출시 초기 상위 10개 지갑이 유통량의 70% 이상 보유
- 시바이누는 자체 체인이 아닌 이더리움 레이어 위의 토큰으로 출시됨
소각속도의 실제 숫자, 기대와 얼마나 다른가
제가 직접 계산해봤을 때 가장 당혹스러웠던 부분이 바로 소각 속도였습니다. 시바이누 커뮤니티에서 "소각률 600% 폭증"이라는 표현을 종종 접했는데, 막상 개수로 따지면 이야기가 달라집니다.
2025년 9월 한 달간 소각된 시바이누는 약 4억 7,000만 개였습니다. 숫자만 보면 어마어마하게 느껴지지만, 전체 공급량 590조 개 대비 비율로 환산하면 0.00008% 수준입니다. 이 속도를 기준으로 공급량의 1%를 태우려면 약 1,000년 이상이 걸린다는 계산이 나옵니다.
소각률이 몇 배 늘었다는 기사는 비율의 상대적 증가만 말하고 실제 개수는 드러내지 않습니다. 제 경험상 이런 수치는 읽는 방식에 따라 완전히 다른 인상을 줍니다. 그래서 저는 소각 관련 뉴스를 볼 때 반드시 절대 개수와 전체 공급량 대비 비율을 같이 확인하는 습관을 들였습니다.
보유 지갑 분포도 눈여겨볼 필요가 있습니다. 현재 시바이누를 보유한 지갑 주소는 약 168만 개로 집계됩니다. 그런데 그중 100만 개 이상이 10달러 미만의 소액 보유 주소입니다. 반면 10만 달러 이상을 보유한 주소 약 700여 개가 전체 공급량의 94%를 쥐고 있는 것으로 알려져 있습니다. 다만 이 안에는 비탈릭의 소각 주소와 거래소 통합 지갑이 포함돼 있어, 고래가 시장을 단순 조종하는 구조라고 단정짓기는 어렵습니다.
한 가지 눈에 띄는 점은 1년 이상 지갑을 움직이지 않은 장기 보유자 비율이 전체의 80%를 넘는다는 것입니다. 그만큼 팔지 않고 버티는 분들이 많다는 사실은 수치로 확인이 됩니다. 그게 신념인지 손실 회피인지는 각자가 판단할 문제겠죠. 저는 그 판단을 내리기 전에 구조를 먼저 이해하는 것이 순서라고 생각합니다.
규제분류가 바뀌었다고 투자 안전성이 달라지지는 않는다
2025년 3월 17일 미국 증권거래위원회(SEC)와 상품선물거래위원회(CFTC)가 공동 해석문을 발표했습니다. 68쪽 분량의 이 문서는 디지털 자산 전체를 다섯 범주로 분류했고, 시바이누는 비트코인·이더리움·솔라나·XRP·도지코인과 함께 '디지털 상품(digital commodity)' 16개 목록에 이름을 올렸습니다(출처: 미국 증권거래위원회(SEC)).
여기서 디지털 상품이란 운영진이 수익을 창출해줄 것을 기대하는 증권과 달리, 탈중앙화 시스템이 돌아가고 시장의 수요·공급으로 가치가 결정되는 자산을 의미합니다. 쉽게 말해 누구 한 명이 책임지는 회사 구조가 아니라는 뜻입니다. 시바이누의 창시자 료시가 사라진 것이 오히려 이 기준에서는 불리하지 않게 작용한 셈입니다.
그런데 제가 이 분류를 처음 접했을 때 곧바로 든 의문이 있었습니다. SEC·CFTC가 디지털 상품으로 분류했다고 해서 그게 시가총액 16위를 의미하지는 않습니다. 분류 목록의 순서가 투자 등급이나 시총 순위와는 전혀 무관하기 때문입니다.
또한 규제 분류 대상인 시바이누 코인 자체와, 2025년 9월 해킹 사고가 발생한 레이어2 네트워크 시바리움(Shibarium)은 별개입니다. 시바리움이란 이더리움 위에 구축한 2차 네트워크로, 거래 처리 속도를 높이고 수수료를 낮추기 위해 만들어진 독립 인프라입니다. 당시 해킹 피해액은 약 410만 달러(약 56억 원)였으며, 검증자(validator) 12개 중 10개를 시바리움 팀 한 곳이 운영하다가 취약점이 노출된 구조적 문제였습니다. 검증자란 블록체인 네트워크에서 거래를 검증하고 블록을 생성하는 역할을 맡은 노드를 말합니다(출처: 이더리움 공식 문서).
제가 이 사고에서 주목한 건 탈중앙화를 표방한 프로젝트에서 핵심 열쇠 대부분을 한 팀이 쥐고 있었다는 점입니다. 탈중앙화(decentralization)란 특정 주체 한 곳에 권한이 집중되지 않도록 분산하는 구조를 말하는데, 시바리움은 그 원칙과 실제 운영 사이의 간격이 컸습니다. 해킹 이후 피해 보상은 NFT 채권 형태로 제시됐지만, 상반기가 지난 지금까지 이행 일정조차 확정되지 않은 상태입니다.
자주 묻는 질문
Q. 시바이누가 1센트(1c)가 될 수 있나요?
A. 현재 공급량 590조 개에 0.01달러를 곱하면 시가총액이 5조 9,000억 달러가 돼야 합니다. 이는 현재 전 세계 암호화폐 시가총액 전체를 넘는 수치입니다. 소각으로 공급량을 크게 줄이지 않는 한, 현실적으로 도달하기 어려운 수치라고 봅니다.
Q. 시바이누는 증권인가요, 아닌가요?
A. 2025년 3월 SEC·CFTC 공동 해석문 기준으로는 증권이 아닌 디지털 상품으로 분류됐습니다. 이는 운영진이 수익을 약속하는 구조가 아니라 시장 수급으로 가치가 결정된다는 판단에 따른 것입니다. 다만 규제 환경은 바뀔 수 있으므로 분류가 영구적이라고 보기는 어렵습니다.
Q. 시바이누 소각이 많이 됐다는 기사, 믿어도 되나요?
A. 소각 기사는 대부분 전일 대비 비율 증가를 강조합니다. 실제로 2025년 9월 한 달간 소각된 수량은 약 4억 7,000만 개로, 전체 공급량의 0.00008%에 불과합니다. 기사를 볼 때는 비율보다 절대 개수와 전체 공급 대비 비율을 함께 확인하는 것이 중요합니다.
Q. 시바이누 ETF는 없나요?
A. 미국에서 시바이누만 단독으로 담은 현물 ETF는 아직 출시되지 않았습니다. 운용 자산 규모가 큰 T. 로우 프라이스(T. Rowe Price)의 액티브 크립토 ETF가 2025년 6월 승인을 받았고 투자 가능 코인 18개 목록에 시바이누가 포함됐지만, 실제 편입 종목에서는 제외됐습니다. 유럽과 일본 규제 거래소에는 이미 상장된 상태입니다.
Q. 시바리움 해킹 피해 보상은 어떻게 됐나요?
A. 시바리움 팀은 피해액을 NFT 채권 형태로 기록하고 생태계 수익과 기부금으로 상환하는 방식을 제시했습니다. 그러나 2025년 상반기가 끝난 시점까지 구체적인 이행 일정은 공개되지 않았습니다. 공식 파트너였던 K9 파이낸스는 보상 문제를 이유로 시바리움에서 모든 서비스를 종료한 상태입니다.
결론
제가 시바이누를 처음 들여다봤을 때는 단가가 싸다는 이유 하나로 관심을 가졌습니다. 그런데 공급 구조와 소각 속도, 해킹 사고와 운영 공백을 하나씩 확인하고 나서는 '얼마나 오를까'보다 '지금 약속한 것들이 실행되고 있는가'를 먼저 봐야 한다는 쪽으로 생각이 바뀌었습니다.
시바이누에 관심이 있다면 두 가지를 직접 확인해보는 것이 출발점이 될 수 있습니다. 하나는 시바리움의 프라이버시 업그레이드와 해킹 보상이 실제로 진행되는지, 다른 하나는 T. 로우 프라이스 ETF나 단독 현물 ETF 신청이 나오는지입니다. 이 두 가지 방향이 어떻게 풀리는지에 따라 가격의 무게추가 달라질 가능성이 있다고 봅니다. 기대와 구조를 분리해서 보는 습관이, 이 시장에서 제가 얻은 가장 실용적인 교훈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