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저도 처음엔 스테이블코인이 저와 먼 얘기라고 생각했습니다. 그런데 최근 AI로 노래 가사를 쓰고 영상을 만들면서 생각이 바뀌었습니다. 글과 영상을 AI에게 맡기는 지금, 결제까지 AI가 처리하는 날이 생각보다 빨리 올 수 있겠다는 감이 왔습니다. 비자·마스터카드가 스테이블코인 인프라 회사를 인수하고, 테더가 AI 결제 스타트업에 투자하는 흐름을 보면서 이 예감이 단순한 상상은 아니라고 느꼈습니다.
비자·마스터카드가 스테이블코인 인프라를 품은 이유
솔직히 이건 예상 밖이었습니다. 카드사가 블록체인 결제 인프라 회사를 인수한다는 소식은 뉴스 제목만 봤을 때 단순한 투자처럼 읽혔는데, 내용을 뜯어보니 규모와 방향이 달랐습니다.
BVNK는 은행 계좌의 법정화폐와 스테이블코인을 연결해 주는 결제 인프라 회사입니다. 여기서 스테이블코인(Stablecoin)이란 달러처럼 실물 자산에 가치를 고정한 디지털 화폐를 의미합니다. 가격이 오르내리는 일반 암호화폐와 달리, 1달러짜리 스테이블코인은 항상 1달러 가치를 유지하도록 설계됩니다.
비자카드는 작년 중반부터 BVNK에 전략적 투자를 했고, 별도로 USDC 기반 해외 결제 서비스인 '비자 다이렉트'를 통해 전 세계 180개 국가에서 실시간 달러 결제가 가능한 구조를 만들었습니다. USDC란 미국 달러에 1:1로 연동된 스테이블코인으로, Circle이 발행합니다. 그러다 결국 마스터카드가 BVNK를 약 2.7조 원에 완전 인수하면서 올해 1분기에 거래를 마무리했습니다.
일반적으로 송금과 결제는 이미 빠르고 편하다고 알려져 있지만, 제가 찾아본 자료에서는 눈에 보이지 않는 백엔드 처리 구조는 여전히 수십 년 된 시스템이라는 설명이 있었습니다. 스테이블코인 기반 결제로 전환하면 기존 방식보다 비용이 약 85% 절감된다는 수치가 나오는 이유가 거기 있습니다. 카드사들 입장에서는 선택이 아니라 비용 구조를 바꾸기 위한 필수 이동으로 보이는 이유입니다.
- BVNK: 법정화폐 ↔ 스테이블코인 간 온램프·오프램프 인프라 제공, 130개국 이상 지원
- 마스터카드의 인수 금액: 약 2.7조 원, 2025년 1분기 완료
- 비자 다이렉트: USDC 기반 실시간 결제, 180개 국가 지원
- 스테이블코인 결제 시 기존 방식 대비 비용 약 85% 절감 효과 추정
테더의 전략: AI 에이전트 결제 시대를 준비하다
AI로 영상을 만들다 보면 자연스럽게 드는 생각이 있습니다. "이 AI가 필요한 API를 직접 찾고 결제까지 해줄 수 있으면 어떨까?" 그게 지금 테더가 투자하는 회사가 하려는 일이었습니다.
테더(Tether)는 전 세계에서 가장 많이 유통되는 달러 기반 스테이블코인 USDT를 발행하는 회사입니다. 이 테더가 AISA(알사)라는 AI 자율 결제 스타트업에 전략적 투자를 단행했습니다. AISA는 AI 에이전트가 외부 데이터, AI 모델, API를 직접 연결하고 법정화폐나 스테이블코인으로 결제할 수 있는 인프라를 만드는 회사입니다. 쉽게 말해 "AI 비서가 서비스를 예약하고 결제까지 알아서 처리하는" 구조를 가능하게 하는 기술입니다. 누적 조달액은 이미 900만 달러를 넘었고, 알리바바가 시드 라운드를 주도하고 스미토모 코퍼레이션도 참여했습니다(출처: Tether 공식 홈페이지).
테더의 CEO 파울로 아르도이노는 "사람들은 AI 에이전트에게 접근 권한을 주면서도 지출을 통제할 수 있는 수단이 필요하다"고 밝혔습니다. 이 말이 제 경험과 맞닿아 있었습니다. 제가 AI에게 영상 제작을 맡길 때도 방향을 정하고 결과를 검토하는 일은 결국 제 몫이었습니다. AI가 결제까지 맡는다면 권한의 범위, 한도 설정, 사고 발생 시 책임 소재가 훨씬 명확해야 합니다.
테더 자체의 규모도 눈에 띕니다. 2024년 기준 순이익이 약 100억 달러(한화 약 13조 원)를 넘겼고, 미국 국채 보유액은 193조 원을 돌파해 국가 단위 순위권에 진입했습니다. 실물 금도 약 146톤을 보유하며 세계 최대 민간 금 보유자 중 하나가 됐습니다. 다만 비트코인 약 10만 개와 실물 금 보유 비중이 높아 미국 지니어스 법안(GENIUS Act) 기준에는 맞지 않아, 별도로 미국 시장을 겨냥한 USDTB 발행도 추진 중입니다. 여기서 지니어스 법안이란 미국 스테이블코인의 발행 요건과 준비금 기준을 규정하는 연방 입법안을 말합니다.
트론 토크노믹스: 스테이블코인 대박, 그런데 코인 가치는?
제가 암호화폐를 처음 접했을 때는 "많이 쓰이면 가격도 오른다"는 논리를 당연하게 받아들였습니다. 그런데 트론(TRX) 사례를 공부하면서 그 논리가 생각보다 단순하지 않다는 걸 알았습니다.
트론(TRON)은 USDT 유통량 기준으로 이더리움 다음으로 큰 블록체인입니다. 전체 스테이블코인 시장 약 3,000억 달러 중 900억 달러 이상이 트론 네트워크 위에서 발행되고 있습니다. 수수료가 저렴하고 처리 속도가 빠른 덕분에 실제 USDT 거래에서 가장 많이 쓰이는 네트워크 중 하나입니다(출처: CoinMarketCap).
문제는 토크노믹스(Tokenomics)입니다. 여기서 토크노믹스란 암호화폐의 발행량, 소각량, 유통 구조를 종합적으로 분석하는 경제 구조를 뜻합니다. 최근 3분기 데이터를 보면 트론의 신규 발행량은 약 3억 6,000만 개인 반면 소각량은 약 2억 3,000만 개에 그쳤습니다. 스테이블코인으로 대박을 쳤음에도 소각보다 발행이 훨씬 많은 구조입니다. 최대 공급량도 무한대로 설정돼 있습니다.
트론은 위임 지분 증명(DPoS, Delegated Proof of Stake) 방식을 씁니다. DPoS란 토큰 보유자가 대표 검증자에게 권한을 위임해 블록을 생성하는 합의 방식으로, 검증자가 늘수록 스테이킹 보상으로 지급해야 할 신규 토큰도 늘어납니다. 결국 네트워크가 성장할수록 발행 압력이 높아지는 구조입니다.
한국은행 이창용 총재는 2025년 7월 포르투갈 ECB 포럼에서 이더리움과 POS 기반 네트워크가 국제 송금을 충분히 뒷받침하기 어렵다는 의견을 공식 발언한 바 있습니다. 검증자들이 맡고 있는 담보 금액이 수조 달러 규모의 국제 송금을 안전하게 처리할 만큼 충분한지 불확실하다는 이유였습니다. 그 맥락에서 보면 연합 증명(PoA, Proof of Authority) 방식에 가까운 XRP나 스텔라(XLM)가 국제 송금 인프라로 더 적합한 구조라는 시각도 이해가 됩니다. 제 경험상 기술의 쓰임새와 그 위에 발행된 토큰의 투자 가치는 전혀 다른 이야기입니다. 산업이 성장해도 특정 코인의 가격 상승이 자동으로 따라오는 것은 아니라는 점을 짚고 넘어가고 싶습니다.
자주 묻는 질문
Q. 비자·마스터카드가 스테이블코인에 투자하면 USDC나 USDT 가격이 오르나요?
A. 스테이블코인은 달러에 1:1로 고정되도록 설계된 코인이라 가격이 오르지 않습니다. 카드사의 투자는 스테이블코인 결제 인프라를 자사 네트워크에 연결하기 위한 것이지, 가격 상승을 기대하는 투자가 아닙니다. 스테이블코인과 일반 암호화폐의 성격을 구분하는 것이 먼저입니다.
Q. AI 에이전트가 스테이블코인으로 결제하면 보안은 괜찮은가요?
A. 일반적으로 블록체인 결제는 투명성이 높다고 알려져 있지만, AI 에이전트에 부여한 권한 범위와 한도 설정이 명확하지 않으면 의도치 않은 과도한 지출이나 오작동 위험이 있습니다. 테더가 투자한 AISA도 사용자가 에이전트의 접근 권한을 직접 통제할 수 있는 구조를 핵심 설계 원칙으로 내세우고 있습니다. 기술보다 권한 설계가 먼저라고 봅니다.
Q. 트론(TRX)이 USDT 거래에 많이 쓰이는데 투자해도 될까요?
A. 네트워크 활용도와 코인 가치는 별개입니다. 트론은 발행량이 소각량보다 지속적으로 많고 최대 공급량이 무한대로 설정돼 있어 인플레이션 압력이 구조적으로 존재합니다. 이미 가격이 많이 올라온 상태인 만큼 투자 전 토크노믹스와 유통 구조를 직접 확인하는 것을 권합니다.
Q. 지니어스 법안(GENIUS Act)이 스테이블코인 시장에 미치는 영향은 무엇인가요?
A. 지니어스 법안은 미국에서 스테이블코인을 발행하려면 준비금을 달러 현금이나 단기 국채 등 유동성 높은 자산으로만 구성하도록 규정합니다. 비트코인이나 실물 금을 준비금에 포함시킨 테더는 이 기준에 맞지 않아 미국 시장 전용 스테이블코인을 별도로 발행하는 방향을 선택했습니다. 규제가 구체화될수록 발행사의 준비금 구조를 꼼꼼히 살펴보는 것이 중요해집니다.
결론
제가 AI로 영상을 만들며 느낀 건 하나였습니다. 편리한 도구도 방향을 정하고 결과를 검토하는 사람이 있어야 제대로 작동한다는 것. 스테이블코인과 AI 에이전트 결제도 같은 맥락이라고 봅니다. 비자·마스터카드가 BVNK를 인수하고, 테더가 AISA에 투자하는 흐름은 분명 산업 구조가 바뀌고 있다는 신호입니다. 하지만 대기업의 투자 소식이 곧 특정 코인의 수익을 보장하진 않습니다.
저는 기술이 실제로 어떤 문제를 해결하는지, 토크노믹스의 발행과 소각 구조가 어떻게 설계됐는지를 먼저 보려 합니다. 중국계 코인이라는 이유만으로 위험을 단정하거나, 반대로 유명 기업이 투자했다는 이유만으로 안전하다고 보는 시각 모두 근거로는 부족합니다. 기술의 성장과 토큰의 가치는 구분하고, 좋은 전망만큼 불리한 자료도 균형 있게 살피겠습니다. 새로운 기술은 조급하게 따라가기보다 직접 써 보고 내 생활에 맞는 방식으로 받아들이는 것이 맞다고 생각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