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2024년 10월 14일, 메리츠증권과 리플이 기관용 디지털 자산 수탁과 토크나이제이션 분야에서 협력한다고 발표했습니다. 리플이 국내 증권사와 맺은 첫 파트너십입니다. 솔직히 이 소식을 처음 접했을 때 저도 반사적으로 시세 차트부터 열었는데, 그 습관이 얼마나 낡은 방식인지 다시 한번 느꼈습니다.
증권사가 디지털 자산을 다루려면 먼저 수탁부터
이번 협력의 출발점은 커스터디(Custody), 즉 디지털 자산 수탁입니다. 수탁이란 고객의 자산을 안전하게 보관하고, 정해진 절차에 따라 이동·관리하는 업무를 말합니다. 전통 금융에서 증권사가 주식을 예탁결제원에 맡기는 구조와 비슷한 개념인데, 블록체인 자산은 그 키(Key) 자체를 잃으면 자산도 사라지기 때문에 관리 체계가 훨씬 엄격해야 합니다.
리플 커스터디는 이 기관용 수탁 업무를 위한 소프트웨어입니다. 자산에 접근하는 프라이빗 키를 관리하고, 거래를 실행하기 전에 멀티시그(Multi-sig) 승인 절차와 한도 규칙을 적용할 수 있습니다. 예를 들어 담당자가 송금을 요청하면 별도 책임자의 승인을 거쳐야만 실행되도록 설정하는 방식입니다.
제가 투자 초기에 거래소 핫월렛에 자산을 몽땅 두다가 아찔한 경험을 한 적이 있습니다. 그때서야 키 관리와 접근 권한 분리가 얼마나 중요한지 몸으로 배웠는데, 기관은 그 규모가 개인과 비교가 안 되니 이 기반이 없으면 사업 자체가 성립하지 않는 겁니다. 리플이 발표에서 "수탁 인프라를 처음부터 구축하면 비용과 시간이 상당히 든다"고 강조한 이유도 거기 있다고 봅니다(출처: Ripple Insights).
채권을 토큰으로 만든다는 것의 실제 의미
수탁 기반이 마련되면 그 위에서 다룰 수 있는 자산의 범위가 넓어집니다. 여기서 토크나이제이션(Tokenization)이 연결됩니다. 토크나이제이션이란 채권·펀드·부동산 같은 실물 금융 자산의 소유권이나 권리를 블록체인 위에서 디지털 토큰 형태로 발행하고 관리하는 기술을 말합니다. 쉽게 말해 종이 증서나 DB 기록으로 관리하던 권리 관계를 블록체인 원장에 올리는 작업입니다.
투자자가 채권에 대금을 지급하면 해당 채권에 대한 권리를 토큰으로 넘겨받고, 이후 보유 내역과 이전 기록도 체인 위에서 관리됩니다. 만기가 되면 상환 절차까지 연결돼야 실제 서비스가 됩니다. 이 과정에서 수탁과 결제가 동시에 작동해야 하기 때문에, 메리츠가 수탁과 토크나이제이션을 함께 검토한다는 것은 사업 설계를 처음부터 연결해서 한다는 의미로 읽힙니다.
메리츠가 검토 중인 사업 범위에는 현물 ETF, 조각 투자, 토큰 증권 거래 플랫폼, 원화 스테이블코인이 담겨 있습니다. 금융 상품의 형태부터 거래 장소, 결제 수단까지 폭넓게 살펴보고 있는 겁니다. 저는 이 범위가 인상적이었는데, 동시에 '검토'와 '출시'는 다른 이야기라는 점도 분명히 짚어두고 싶습니다.
- 토크나이제이션 적용 검토 대상: 채권, 펀드, 부동산 등 실물 금융 자산
- 수탁(보관)과 결제가 동시에 설계돼야 서비스 완성
- 메리츠가 언급한 영역: 현물 ETF, 조각 투자, 토큰 증권, 원화 스테이블코인
- 현행 국내 규제 안에서 단계적으로 범위를 확대할 계획
노블의 USDC 지원 종료, 같은 이름의 자산도 경로를 확인해야 하는 이유
블록체인에서 거래 대금을 주고받으려면 결제 수단이 필요합니다. 그 역할을 맡아온 것 중 하나가 USDC입니다. USDC란 달러 가치에 1:1로 연동되는 스테이블코인으로, 서클(Circle)이 발행하며 블록체인 기반 거래와 결제에 널리 쓰입니다(출처: Circle 공식 사이트).
그 USDC를 유통해온 네트워크 중 하나가 노블(Noble)입니다. 노블은 코스모스 생태계에서 디지털 자산을 발행하고 유통하기 위해 설계된 블록체인입니다. 그런데 서클은 2024년 9월 10일 노블 지원 종료 일정을 공지했고, 10월 13일부터 신규 USDC 발행이 중단되는 단계에 들어갔습니다.
중간 일정으로 10월 30~31일부터 기존 CCTP V1 경로의 이전 한도가 단계적으로 줄어들고, 2027년 1월 12일 최종 정지 시점까지 상환은 지원됩니다. 다만 1월 13일 이후 남은 보유자를 위한 수동 상환은 서클의 심사 요건과 지갑 잔액 기록 확인 같은 조건이 붙습니다. 제가 직접 이런 상황을 겪어봤을 때 가장 당황스러운 건 "같은 USDC인데 왜 이 거래소에서는 안 받지?"였는데, 그 이유가 바로 네트워크와 발행 경로의 차이 때문입니다. 이번 노블 종료가 딱 그 지점을 다시 확인시켜 줬습니다.
인젝티브와 CCTP V2, 결제 경로가 재편되는 방향
노블 지원이 종료되면서 USDC의 발행·유통 경로는 다른 체인으로 재편됩니다. 그 경로 중 하나가 인젝티브(Injective)입니다. 인젝티브는 자산 거래와 토크나이제이션 같은 금융 서비스를 운영하도록 설계된 블록체인으로, 서클이 여기서 직접 USDC를 발행합니다. IBC(Inter-Blockchain Communication)를 통해 다른 코스모스 체인으로 자산을 보낼 수 있고, CCTP V2도 지원해 이더리움·솔라나 같은 체인과도 USDC를 이동할 수 있습니다.
IBC란 서로 다른 블록체인 간에 자산과 데이터를 주고받는 표준 프로토콜입니다. CCTP(Cross-Chain Transfer Protocol)는 지원되는 블록체인 사이에서 USDC를 직접 소각·발행 방식으로 이동시키는 기술인데, V2는 더 유연한 이동 경로와 빠른 처리를 목표로 합니다. dYdX도 USDC 인젝티브를 거래 담보로 채택하는 전환을 추진하고 있어, 실제 거래 플랫폼에서의 활용 가능성이 구체화되고 있습니다.
이 흐름을 보면서 제가 느낀 건, 스테이블코인의 활용 범위는 단순히 '어느 체인에서 쓰이느냐'가 아니라 거래소·대출 서비스·지갑이 서로 호환되는 자산과 이동 경로를 지원하는지에 달려 있다는 겁니다. 운영사 입장에서는 입출금과 상환 처리가 쉬워지고, 이용자 입장에서는 자금을 어디서 쓸 수 있는지가 명확해집니다. 연결망이 넓어질수록 스테이블코인의 실질 활용도가 올라가는 구조입니다.
자주 묻는 질문
Q. 메리츠증권과 리플의 협력이 XRP 가격에 바로 영향을 주나요?
A. 이번 발표는 협력 검토를 시작한다는 내용이지 서비스 출시나 XRP 직접 활용을 확정한 것이 아닙니다. 제가 경험상 느낀 건, 협력 발표가 나오면 기대감에 시세가 단기적으로 반응하는 경우가 있지만 실제 도입 규모와 XRP 수요 연결 여부를 확인하기 전까지는 가격 영향을 단정하기 어렵습니다. 검토 발표와 실제 서비스 출시 사이의 간격을 항상 감안해야 합니다.
Q. 노블에 USDC를 갖고 있으면 어떻게 해야 하나요?
A. 2027년 1월 12일 정지 시점 전까지 서클민트를 통한 상환 또는 다른 체인으로 이전이 가능합니다. 다만 10월 30~31일부터 CCTP V1 경로의 이전 한도가 단계적으로 줄어드니, 이용 중인 거래소나 지갑 서비스의 공식 이전 안내를 먼저 확인하는 것이 우선입니다. 특히 예치나 거래 담보로 사용 중이라면 해당 서비스가 정한 전환 절차를 놓치지 않아야 합니다.
Q. 토큰 증권이랑 일반 주식은 뭐가 다른가요?
A. 토큰 증권(Security Token)은 기존 주식·채권·부동산 같은 금융 자산의 권리를 블록체인 토큰 형태로 발행한 것입니다. 거래 내역이 블록체인에 기록되어 보유·이전 이력이 투명하게 관리되고, 기술적으로는 소수점 단위 조각 투자가 가능하다는 차이가 있습니다. 다만 실제 서비스는 각국의 규제 체계 안에서 허용된 범위 내에서만 운영될 수 있습니다.
Q. 리플 커스터디를 쓰면 XRP가 반드시 사용되는 건가요?
A. 리플 커스터디는 기관용 수탁 소프트웨어로, XRP 보유나 거래와 직접 연동되는 구조는 아닙니다. XRP가 활용되려면 별도로 결제·유동성 공급 수단으로 채택되어야 합니다. 저도 이 부분을 처음에 혼동했는데, 리플의 기술 도입 범위와 XRP의 실제 수요 연결은 구분해서 봐야 정확한 판단이 가능합니다.
결론
메리츠증권과 리플의 협력은 금융 회사가 디지털 자산 사업을 운영하는 데 필요한 수탁과 토크나이제이션 기반을 준비한다는 데 의미가 있습니다. 노블의 USDC 전환은 같은 이름의 자산이라도 발행 네트워크와 이동 경로에 따라 이용 조건이 달라진다는 점을 다시 확인시켜 줬습니다. 두 소식 모두 자산을 맡기고 거래하고 대금을 주고받는 금융 업무의 기반이 구체적으로 설계되고 있다는 공통점을 가집니다.
다만 저는 검토 발표를 서비스 출시처럼 받아들이는 함정을 경험으로 여러 번 겪었습니다. 오랜 경력을 가진 분석가의 견해도 분석의 근거와 오류 점검이 함께 있어야 신뢰할 수 있다고 봅니다. 앞으로 저는 계약의 구체성, 도입 일정, 실제 이용 실적을 보면서 리플의 기술이 국내 자본 시장 업무에 어떻게 연결되는지, XRP 수요와 실제로 어떤 관계를 갖는지를 계속 따져볼 생각입니다. 변화의 가능성과 실행 과정의 한계를 함께 보는 것이 제가 10년 가까이 이 시장을 관찰하며 배운 태도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