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미국의 국가부채가 36조 달러를 넘어섰습니다(출처: 미국 재무부 Fiscal Data). 이 수치를 처음 제대로 들여다봤을 때, 저는 솔직히 '설마 이게 진짜 문제가 될까' 싶었습니다. 그런데 달러가 연준의 부채이고, 재무부 채권을 연준에 들고 가도 아무것도 돌려받지 못한다는 구조를 이해하고 나니 생각이 달라졌습니다. 달러의 신뢰, 금과 비트코인의 부상, 그리고 GPU 담보대출이라는 새 금융 상품이 맞물리는 지금, 각각의 이해관계를 하나씩 따져봤습니다.
달러 신뢰 — 채무자가 갑이 되는 구조
법정화폐(Fiat Currency)인 달러는 '썸바디스 데트(Somebody's Debt)', 즉 누군가의 부채입니다. 여기서 썸바디스 데트란 발행자가 반드시 무언가를 상환해야 하는 의무를 가진 화폐를 의미합니다. 달러는 연방준비제도(Fed)가 발행하므로 연준의 부채이고, 미국 국채는 재무부의 부채입니다. 재무부 채권을 들고 가면 100달러를 돌려주지만, 그 100달러를 연준에 가져가면 아무것도 주지 않습니다. 결국 이 고리의 끝은 비어 있습니다.
반면 금은 '노바디스 데트(Nobody's Debt)'입니다. 발행자가 없고, 누군가의 상환 의지에 의존하지 않습니다. 금은 그 자체로 교환 수단이 됩니다. 비트코인도 이와 본질적으로 같은 범주에 놓입니다. 발행 주체가 없고, 특정 국가의 정책 변화로 가치가 사라지지 않기 때문입니다.
빚이 너무 많아지면 채무자가 오히려 협상력을 갖게 됩니다. 미국에 1조 2천억 달러 이상의 국채를 보유한 일본, 약 6천억 달러를 보유한 중국이 미국의 파산을 원하지 않는 이유가 여기 있습니다(출처: 미국 재무부 TIC Data). 돈을 빌려준 쪽이 오히려 채무자의 눈치를 봐야 하는 역설입니다. 제가 이 구조를 처음 이해했을 때, 국제 금융이 선의나 원칙보다 이해관계로 움직인다는 사실을 다시 한번 확인한 느낌이었습니다.
이 상황이 지속될수록 각국 중앙은행이 달러 대신 금을 늘리는 선택은 합리적입니다. 물론 달러를 종이 조각과 동일시하는 건 지나친 단순화입니다. 달러는 여전히 석유 결제의 기반이고, 미국의 군사·경제 네트워크가 그 신뢰를 떠받치고 있습니다. 하지만 그 신뢰가 영원하리라는 보장은 없습니다.
- 달러는 연준의 부채 — 최종적으로 실물 상환 의무 없음
- 미국 국채 최대 보유국(일본·중국)이 오히려 미국 파산을 두려워하는 구조
- 각국 중앙은행의 금 매입 증가 = 달러 신뢰 균열의 간접 지표
- 금과 비트코인은 공통적으로 발행 주체가 없는 자산
금·비트코인 — 기관의 전망은 희망인가, 신호인가
피델리티(Fidelity)가 비트코인 약세장 종료를 선언했을 때, 저는 이 보고서를 읽으며 한 가지 질문을 먼저 떠올렸습니다. '이 기관이 지금 어느 포지션에 있는가.' 피델리티, 블랙록(BlackRock), 뱅가드(Vanguard)는 합산 40조 달러에 달하는 자산을 운용합니다. 이들의 보고서는 분석이기도 하지만, 동시에 시장에 보내는 의사 표시입니다. 쉽게 말해 '우리가 들어가고 싶다'는 신호입니다.
재귀성 이론(Reflexivity Theory)이라는 개념이 있습니다. 여기서 재귀성 이론이란 시장 참여자의 믿음과 행동이 실제 시장 현실을 만들어낸다는 이론으로, 조지 소로스가 체계화한 개념입니다. 거대 자산운용사가 비트코인 강세를 선언하고 실제로 자금을 집어넣으면, 그 선언 자체가 상승을 만드는 힘이 됩니다. 이들의 분석이 틀릴 수 있어도, 이들의 자본이 시장을 움직일 수 있다는 사실은 틀리지 않습니다.
AI 섹터의 매그니피센트 7(Magnificent 7) 시가총액은 현재 30조 달러 안팎으로 추산됩니다. 이 중 10%만 비트코인으로 이동해도 현재 1.5조 달러 수준인 비트코인 시가총액이 두 배 이상 뛸 수 있다는 계산이 나옵니다. 물론 그 10%가 실제로 이동한다는 보장은 없습니다. 저도 AI 기반 영상 제작 툴을 써보면서 실감했는데, 기술이 유망하다는 말과 그 기술이 수익을 낸다는 말은 완전히 다른 이야기입니다. 사용량 제한에 막혀 작업을 멈춰야 했던 경험이 몇 번이나 있었고, 기대와 현실 사이의 간격은 늘 존재했습니다.
금·비트코인에 대해 낙관적 전망과 비관적 전망이 공존하는 상황에서, 저는 기관의 전망을 정답으로 받아들이기보다 그들이 어떤 포지션을 취하고 있는지를 먼저 확인하는 편이 실질적으로 유용하다고 생각합니다.
GPU 담보대출 — 엔비디아와 블랙록이 설계한 구조의 문제
GPU 담보대출(GPU-Backed Lending)은 엔비디아와 블랙록이 공동 설계한 금융 상품입니다. 여기서 GPU 담보대출이란 데이터센터 구축 기업이 구매할 GPU를 담보로 대출을 받아 그 GPU를 사는 구조를 의미합니다. 주택 담보대출과 겉모양이 비슷해 보이지만, 저는 이 두 상품의 구조적 차이를 따져봤을 때 상당히 다른 결론이 나온다고 생각합니다.
주택 담보대출은 집을 사는 수요자가 받습니다. 수요가 늘면 집값이 오르고, 담보물의 가치도 올라가므로 은행은 안심하고 대출을 연장합니다. 선순환 구조입니다. 반면 GPU 담보대출은 AI 서비스를 공급하는 기업이 받습니다. 공급이 늘어나면 AI 서비스 가격은 하락 압력을 받고, 매출이 줄어들며, 대출 상환 능력도 떨어집니다. 담보물인 GPU는 감가상각(Depreciation)이 빠른 소모품입니다. 감가상각이란 자산의 가치가 시간이 지남에 따라 줄어드는 것을 의미하는데, 반도체는 신제품이 출시될 때마다 구형 제품의 가치가 급격히 떨어집니다.
제가 직접 AI 영상 제작 툴을 사용하면서 느낀 것도 비슷합니다. 자막 크기를 조정하고 장면 분위기를 맞추는 데 여러 번 수정이 필요했고, 기능이 늘어날수록 경쟁 서비스도 빠르게 따라왔습니다. 공급이 많아질수록 어떤 서비스도 지속적인 가격 프리미엄을 유지하기 어렵습니다.
결국 이 구조에서 확실한 수혜자는 GPU를 파는 엔비디아입니다. 대출 덕분에 수요가 늘어나는 동안 판매량을 극대화하고, 시장이 포화되면 그 뒷정리는 대출을 받은 기업과 블랙록에 남겨집니다. 이것을 무조건 '악의적 설계'라고 단정하기는 어렵지만, 이 상품이 AI 산업 전체에 장기적으로 건전한 구조를 만들어 주는가에 대해서는 저도 의문이 남습니다.
자주 묻는 질문
Q. 달러가 종이 조각이 된다는 말, 진짜인가요?
A. 지나친 단순화입니다. 달러는 미국의 군사·경제 네트워크와 석유 결제 시스템(페트로달러)이 뒷받침하는 화폐입니다. 구조적으로 최종 실물 상환 의무가 없다는 점은 사실이지만, 그것이 곧 가치 붕괴를 의미하지는 않습니다. 신뢰가 약해지는 속도와 대안 자산의 성숙도를 함께 봐야 합니다.
Q. 금과 비트코인이 정말 같은 성격의 자산인가요?
A. '발행 주체가 없다'는 공통점은 있지만, 실물 가치와 역사적 신뢰 축적 면에서 금과 비트코인은 다릅니다. 금은 수천 년의 교환 역사를 가진 실물 자산이고, 비트코인은 알고리즘 기반의 디지털 자산입니다. 같은 범주로 묶는 시각과 완전히 다른 자산으로 보는 시각이 공존하며, 단정적 결론은 이릅니다.
Q. 피델리티 같은 대형 기관의 전망을 믿어도 되나요?
A. 전망 자체보다 그 기관이 어느 포지션에 있는지를 먼저 확인하는 것이 실질적으로 유용합니다. 대형 자산운용사의 보고서는 시장 분석인 동시에 자본 투입 의사 표시일 수 있습니다. 재귀성 이론에 따라 이들의 자금이 실제로 움직이면 전망이 현실이 되기도 하지만, 빗나간 사례도 적지 않습니다.
Q. GPU 담보대출이 IT 버블처럼 터질 수 있나요?
A. 구조적 유사성은 있습니다. AI 서비스 공급이 수요를 초과하고, 담보 자산(GPU)의 가치가 감가상각으로 빠르게 떨어지면 상환 능력이 약해지는 악순환이 생길 수 있습니다. 다만 구글·마이크로소프트 같은 대형 기업은 자체 현금 흐름으로 버틸 여력이 있고, 위험은 중소 규모의 AI 스타트업과 데이터센터 업체에 먼저 집중될 가능성이 높습니다.
결론
달러의 구조적 약점, 금과 비트코인의 부상, GPU 담보대출의 설계 문제를 하나씩 들여다보면 결국 같은 질문으로 돌아옵니다. '이 판에서 누가 이해관계를 갖고 있는가.' 경제 전망이나 금융 상품의 이름보다 설계자의 동기를 먼저 보는 습관이 저는 더 유용하다고 생각합니다.
AI로 영상을 만들며 여러 번 수정과 대기를 반복했던 경험이 떠오릅니다. 가능성이 크다는 말과 실제로 원하는 결과를 얻는 일 사이에는 항상 간격이 있었습니다. 투자도 다르지 않습니다. 불안을 키우는 확신보다 반대 근거까지 살피는 균형이, 결국 오래 버티게 해주는 태도라고 생각합니다. 지금 당장 결론을 내리기보다, 이해할 수 있는 것부터 차근차근 확인하는 것이 제가 선택한 방향입니다.